며칠 전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이 결혼한다고 해서 모였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라 꽤 오랫동안 만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어느덧 30대 중반이 지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고등학교 때 주로 했던 이야기는 학업도 있겠지만 게임이나 만화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별로 즐기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판타지나 무협 소설 등에 빠져서(?) 엄청 많이 봤었다.
그리고 연예쪽에도 관심들이 많아서 당시 유행했던 걸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10대 고등학생 때였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이후 대학생이 되어 만날 때는 주로 연애나 여행 등이 주제였던 것 같다.
학교생활도 종종 했지만, 그와 관련해서 결국에는 연애나 여행으로 주제가 흘러갔다.
나는 연애는 딱히 관심이 없었으니 그저 듣는 편이었고, 여행은 그래도 가끔 갔기 때문에 조금 어울렸다.
그러다 대학 졸업 즈음이 되어서는 어쩔 수 없이 진로나 취업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후 각자 생활하면서 연락이 뜸해졌고, 특히 나는 연락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더더욱 연락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몇 년 동안 잠잠했던 카톡방은 작년 초에 갑작스런 친구 한 녀석의 카톡으로 모이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이 어느새 30살을 한참 지나있었다.
뭔가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바뀐 모습으로 만났는데, 반가움보다는 '그냥 그 녀석이네'하는 마음이 더 컸다.
어쩌면 이게 진짜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모여서 저녁도 먹고 맥주도 간단하게 하면서 서로 욕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우리는 대화 주제도 현실로 바뀌게 되었다.
나는 그 때 다니던 직장의 퇴사를 앞두고 있었고, 그와 관련되어 다른 친구들도 직장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만 둘꺼라는 녀석(그리고 아직도 잘 다닌다), 이직했다는 녀석, 첫 직장을 아직도 다니는 녀석, 옮기긴 했는데 마음에 안든다는 녀석 등등.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재테크로 넘어갔다.
주식은 기본이고, 어떤 종목에 투자했느니, 집은 어떻게 해야하느니 등등 역시 주제는 현실적이었다.
예전에 어떤 글에서 30대가 되어 친구들을 만나니 대화 주제도 현실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우리도 그렇게 되었다.
아무래도 30대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발을 들여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게 되고, 돈으로 인해 삶의 방향이 현실적으로 바뀌게 되니 그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돈이란게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앞으로 40대가 되어 다시 보게 되면 그 때는 무슨 주제가 될까.
위에 나온 것처럼 자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인가.
그 때가 되어야 알겠지만, 대화 주제가 바뀐다는 것을 직접 겪게되니 뭔가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다들 늙어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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