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생애 처음으로 월세를 받는 임차인으로서 계약을 진행했다.
상대는 개인이 아닌 법인, 그것도 중견기업이었다.
아파트와 가까운 곳으로 회사가 이전하면서 기숙사를 구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도 아파트를 공실로 놔두고 있는 상태였기에 임대인을 구할 계획은 갖고 있던 터라 이해상충이 맞아서 계약하게 됐다.
원래는 내가 들어가서 살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주변 시세 대비 월세를 많이 받는 조건이었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어느 덧 1년이 지났고, 재계약을 2달여 정도 앞두고 있었다.
통상 2~3달 전에 연장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관례이므로 일단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전화해볼까도 싶었는데, 생각났다가 계속 까먹어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파트 관리소에서 보낸 채권양도계약서 서류 때문에 문자를 받았다.
이걸 가지러 가야되는 건가 싶었고, 이왕 생각난 김에 부동산에 전화했다.
일단 내 볼 일을 먼저 확인한 뒤, 계약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좋지 않은 소식...
최근 평택에 공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도 많이 늘었고, 거기다 삼성전자도 상태가 좋지 않아 평택공장 공사를 축소시키면서 일감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평택 부동산은 난장판이 되었고, 시세도 고점 대비 꽤 많이 하락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실 뉴스나 유튜브로 접할 때만 해도 딱히 체감이 되지 않았는데, 중개사와 통화를 하니 약간 체감을 하게 됐다.
그 때문인지 월세 계약을 한 일부 임대인이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가 아닌 회사에 직접 전화를 해서 월세를 깎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상황이면 임차인이 유리할 수가 없다.
거기다 일부는 계약 연장도 하지 못했다고 하니,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네이버에서 매물을 찾아보면 매물이 많이 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개사는 최대한 이야기는 해보겠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
뭐, 어차피 나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던 상황이기에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통화를 했다.
결론은 10만원 깎아서 받기로 했다. 회사 측에서 더 낮추려고 한 걸 원리금을 말하면서 최대한 방어했다고 한다.
거기다 인터넷 비용도 있으니 그 이하는 안된다고 말한 듯 싶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알겠다고 했고, 그렇게 재계약을 진행해서 오늘 카톡으로 월세 계약서를 받았다.
일단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해당 금액만큼 받게 되면 나는 남는게 없다.
아니,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된다.
월세와 원리금이 거의 동일해서 수중에 남는 건 몇 천원뿐이고, 거기다 인터넷비용이 매달 빠져나가게 되니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이, 현재 월세 시세보다는 20만원 정도 더 높게 받으니 손실폭을 아주 많이 줄인 것이다.
남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손실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니 이걸로 위안삼아야겠다.
오늘 오전에 부동산과 통화하면서, 해당 부동산에서 관리하는 월세의 반정도는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부동산 사장님께서 내가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그러니 앞으로 더욱 신경을 써주겠다고 했다.
딱히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통화를 하고나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재계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손실을 보기 싫어서 언성을 높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재계약을 하지 못한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욕심부리고 싶지도 않았고(사실 별 생각이 없...)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반쯤 체념 비슷하게 하고 있어서 부동산에서 해주는 대로 한 편이다.
거기다 지금 내 상황상 아파트에 입주할 수도 없고, 공실로 놔두면 손해가 더 커지니 재계약을 안 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언성을 높인다고 부동산 시장이 바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계약은 하지도 못하면서 부동산과 사이만 나빠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했다.
투자라는 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임은 틀림없지만, 결국 그 안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숨어있다.
이를 잊고 그저 당장의 손익만 따지게 된다면, 오히려 더 큰 손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그렇기에 부동산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부동산이므로 투자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투자에서 수익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한 번 더 생각한다면 나중에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다시 한 번 투자도 사람 사이에 이루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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